하 사 야 히 루 → 카 가 와 유 타

“ 음 악 은 사 랑 의 단 어 이 다. ”
- 루돌프 브프
𝄡 . 카프리스 No.1
; 여름.
분명히 그랬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여름엔 그저 같은 꿈을 꾸며 자라나는 친구이자 우정이란 이름을 쓰고 있는 아직은 작은 음표였음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 여름은 미숙하고 자라나던 우리에겐 새로운 음을 알려주던 오선지의 역할을 했으니, 분명히 그 정도의 기억이자 추억으로 남아있었다.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날, 내가 너에게 처음 말을 걸었을 때를. 그때는 몰랐다, 이 작은 시작을 알리던 음표가 이제는 이 합주곡의 메인까지 갈 음표라는 것을.
𝄡 . 카프리스 No. 2
; 가을, 꽃
그 때는 가을이었을까, 그 작고 미숙하던 음표들은 서로의 꼬리를 내려 아직은 온전치 않았지만 어엿한 형태를 가진 음표로 다시 나타났다는 것을 느낀 계절이.
작았던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봉오리가 맺힌 모습이 나는 우리라고 생각했다. 그 작은 꽃봉오리 안에는 분명히 수만가지의 색을 가진 꽃잎들이 하나하나 잠들어 있음을.
그러나 나는 아직 감정이라는 꽃봉오리가 미숙했다. 정확히는 누군가의 봉오리만 피어나게 도와줄 뿐이었지, 나 자신은 저 멀리로 보내서 아직 틔울 조짐도 없었다고나 할까. 그래도 그렇게 살아왔으니깐, 그게 맞다고 나는 느꼈으니깐.. 그렇게 그렇게 내가 아닌 타인을 위해 애썼던 것 같다.
그렇게 조금은 지쳐가던 그 상태에서 너라는 햇살을 만났다. 그저 처음에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내가 너를 틔워주게 도와야 겠구나 싶었지만 너는 달랐다. 그 햇살같은 미소와 빗물같은 부드러운 말로 내가 버렸던 내 감정을 꿈틀거리게 했던 것 같다.
처음이었다. 내 인생의 오선지에 완벽하진 않아도 당당하고 밝은 음표가 들어왔다는 것이.
𝄡 . 카프리스 No. 3
; 겨울.
그렇게 처음을 느꼈던 미숙하던 가을이 지나, 이제는 모두가 온전한 형태를 가지며 저마다 특징이 다른 음표가 되었던 겨울 날이 찾아왔다. 그러나 모두가 온전하며 특징을 가진 음표가 되었을 시간에도 나는 아직 많이 불완전 했으며, 특징 또한 자라나기엔 기반이 너무나도 부실했다.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불완전한 상태였기에 나는 조금씩 지쳐갔던 것 같다. 그러다가 문득 그 추억이 깃든 옛 오선지 같던 그곳에서 축제가 열린다고 해서 쉬어가는 겸 그곳으로 향하게 된 것 같다.
그곳은 변함 없었다. 그곳에 있던 미숙한 음표들은 저마다 빛나고 각각의 소리를 내는 음표들이 되어있는 반면에, 나는 아직도 그 자리 그곳이었다. 그래서 더 위축 되어갔지만 티내지 않았다. 그들의 꽃봉오리가 다치지 않게.
그렇게 그렇게 지쳐가던 찰나에 너는 다시 한번 내게 햇살을 보여주었다. 그 햇살은 위축이 아닌 내게 편안함을 주었고, 내게 또 한번 다정을 알려주는 기분이었다. 그래, 너는 내게 그런 사람이었다.
𝄡 . 카프리스 No. 4
; 사계, 마음.
그렇게 그곳에서 너를 만나고 조금씩 진정이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타인이 아닌 내가 정해가고, 완벽만이 아닌 오로지 내가 즉흥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갔다.
어쩌면 너는 언제나 내게 그런 존재였던 것 같다. 너의 햇살 한번에 미숙했던 내가 점차 성장하는 기분이었고, 너의 다정 한번에 불완전했던 내가 온전하게 만들어지는 기분이 들었기에 너는 내게 구원의 햇살이였다.
처음으로 내 감정을 말하고, 선택하고, 뜻대로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는. 미숙하던 음표의 소리가 드디어 처음으로 자기 자신만에 소리를 내었다.
너는 불완전한 내게 하나의 선을 덧대어주며 이제는 온전한 형태의 음표로 만들어주었다. 그런 너에게 이제는 나도 새로운 음을 너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이렇게 말하긴 부끄러운 기분이지만~
상대가 유타군이라서 나 이렇게 용기 내봐!
그거 알아? 예술가들은 나만의 뮤즈를 평생을 바라보고 살아간대.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 유타군, 내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뮤즈가 되어주지 않을래? ”